소림자제/少林子弟/Men from the Monastery(1974)




감독: 장철
각본: 장철 예광
무술지도: 당가 유가량

부성: 방세옥
척관군: 호혜건
진관태: 홍희관
노적: 풍도덕
황배기: 뇌노호
풍극안: 하금룡
왕설연: 이취병
강도: 고진충
왕청: 뇌대붕
풍의: 이덕종
당염찬
이진표
임휘황




장궁전영공사/소씨형제공사 제작
1974년 4월 30일 홍콩 개봉


 

장철의 두번째 소림사 영화
어쩌면 이게 첫번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봉 일자를 따지자면 [방세옥과 홍희관]이 먼저지만 내용상으로는 이쪽이 앞선다
[방세옥과 홍희관]에서 과거 회상 형태로 짤막하게 나왔던 장면들을 [소림자제]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방세옥과 홍희관]의 오프닝에서 홍권3로의 연무를 펼쳤던 부성 척관군 진관태 세 사람이 [소림자제]의 세 주인공 방세옥 호혜건 척관군 역이다
아마도 척관군은 [방세옥과 홍희관]에서도 척관군의 역할이었을것이다
그 영화가 호혜건을 배제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영화 본편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어쩌면 [동사서독]과 [동성서취]의 관계와 비슷한건지도 모르겠다
[소림자제] 쪽이 더 규모가 큰 영화니까 제작기간이 늘어나자 일단 시기를 맞추기 위해 [방세옥과 홍희관]을 재빨리 찍어 먼저 내놓은것은 아닐까?


[방세옥과 홍희관]이 소림사 전설에서 방세옥과 홍희관이라는 두 인물만 빌려와서 자기 마음대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었던데 비해 [소림자제]는 본격적인 남소림 전설을 다루고 있다
그러니 개봉 시기와 관련 없이 본격적인 소림사영화로서는 이 영화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을거다
영화의 내용은 4부 구성으로 되어 있다
각각의 챕터는 별도의 제목이 표시되고 각각의 출연진들이 따로 따로 표시된다



1부 방세옥


방세옥이 뇌노호를 물리치기까지의 이야기다
영화의 첫장면은 방세옥이 소림사를 나가기 위해 목인항을 돌파하는 부분이다
목인항의 묘사가 재미있다
원래 소림전설 속에서 목인항은 108개의 기관(목인)이 설치되어 지나가는 사람을 막는다고 했는데 나유의 [소림목인항/소림목인방]같은 영화에서는 정말로 깡통로봇같은 탈을 뒤집어쓴 사람이 나왔었고 [소림사18동인]에서는 108목인을 18동인으로 변형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소림자제] 속에 나오는 목인항은 아주 평범하다
그냥 복도를 죽 지나가면 곳곳에서 사람들이 튀어나와 각종 절기로 통과자의 무공을 테스트해보는 식이다
아마도 유가량의 의견이 반영된걸거다
장철이 유가량과 결별한 뒤 76년에 만든 [소림사]에서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나무인형이 나왔었으니까...


2부 호혜건


호혜건이 기방을 때려부수는 이야기
금륜당이 운영하는 기방(방직공장)에는 무당파 출신의 사부가 두 명 있고 그 밑에서 무술을 배운 직공들은 온 동네를 활개치고 다니며 갖은 민폐란 민폐는 다 끼친다
호혜건의 아버지는 도박장에서 기방 사람들과 시비가 붙었다 맞아죽는다
그 일대를 장악하고 있던 금륜당의 위세에 눌린 관부에서 사건을 얼렁뚱땅 무마해 버리자 분노한 호혜건은 단신으로 기방에 뛰어들지만 실력이 부족해 간신히 목숨만 건지고 도망친다
그러기를 몇번을 반복하던 중에 우연히 지나가던 방세옥이 호혜건의 사정을 알고는 '복수하는데는 소림무술이 최고'라고 추천해준다



3부 홍희관


홍희관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었나보다
홍희관 전설의 하일라이트는 소림사가 불탄 다음에 집중되어 있으니 어쩔 수 없었을거다
이번 에피소드는 별 이야기가 없다
그냥 청나라 관병들이 홍희관을 찾아가서 피터지게 싸운다는게 다다



4부 소림자제


소림사가 불타는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에피소드도 역시 별다른 이야기는 없다
그냥 남아 있는 소림사 제자들과 무당파를 중심으로 한 청나라 관병들이 싸운다는 이야기
앞의 세 이야기 주인공들이 한데 모여 청조의 고수들과 최종결전을 벌인다



야심이 너무도 컸었던 모양이다
불과 90분 남짓한 시간 동안에 남소림붕괴 전설을 시작부터 끝까지 다 집어넣으려 하고 있으니까
그 결과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이 총알처럼 튀는 이야기다
영화 전체에 끊임 없이 싸움이 이어지고 있을 뿐 각각의 싸움 장면들 사이사이의 이야기 연결이 너무 거칠다
마치 대하 시리즈의 총집편을 보고 있는듯한 느낌이다
남소림 전설에 대해 어느정도 미리 알고있는 사람이 아니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는건지 알아먹기 어렵다
호혜건이 소림사에서 나오는 장면같은게 가장 단적인 예다
전설에서는 소림사의 수련을 미처 다 마치지 못한 호혜건이 목인항을 통과하지 않고 개구멍을 찾아 내서 몰래 빠져나왔다고 하는데 영화 속에서는 소림사에서 호혜건이 수련하는 장면이 몇십초간 나온 다음에 갑자기 호혜건이 소림사 담장을 넘는 장면이 이어진다
개구멍으로 빠져나온다는게 너무 본새가 없어서 담을 넘는것으로 바꾼 모양이지만 영화만 봐서는 도대체 왜 호혜건이 멀쩡한 대문 놔두고 담을 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장철도 그런 면을 분명히 인지했던지 이후에 나온 영화들에서는 굳이 소림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충분히 알아먹을 수 있도록 스토리를 풀어나갔다
원래 장철 영화의 장점이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다는거 아닌가
(혹시라도 원래는 멀쩡한 내용이었는데 천영오락에서 내놓은 [소림자제] 리마스터판이 무참하게 잘려나간건 아니겠지...?)
남소림전설을 원래부터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엉성한 스토리 진행이 크게 문제가 안될 수도 있겠다
어차피 홍콩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일테니까...


유가량과 당가가 연출한 액션에서 당가의 역할이 어느정도였는지 모르겠다
영화속 액션의 대부분이 유가량의 영역인데 만드는 도중에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 당가가 스트레스를 받았을런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방세옥이 목인항을 통과하는 부분의 액션이 아주 좋다
부성의 움직임은 [방세옥과 홍희관] 때보다 더 좋아진것 같기도 한데 시기상으로 거의 차이가 없을테니까 그냥 단순하게 그런 느낌이 드는건지도 모르겠다
매화장 위에서의 결투는 별로다
애초에 말뚝을 세워놓고 그 위에서 뛰어다니며 싸운다는 발상 자체가 무협지 속에서나 나올법한거지 현실에서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아주 발전된 특수효과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제대로 표현해낼 수 없는 영역이다
70년대 수많은 무술 영화들이 매화장이나 그 비슷한 환경에서 싸우는걸 표현해보려고 노력해왔지만 그럴듯한 느낌을 살려낸 경우는 거의 없다
호혜건이 기방을 때려부수는 부분은 [소림자제]를 리메이크한 [방세옥과 호혜건]에 나왔던것과 거의 똑같아 보인다
[방세옥과 호혜건]이 더 나중에 나온 작품인 만큼 액션의 리듬감은 그쪽이 더 좋았던것 같다
어쨌든 척관군이 홍권을 구사하고 있는 모습은 언제 봐도 그림이 나온다


영화의 하일라이트가 되는 최종 결전은 이 영화가 장철영화라는걸 새삼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엉성하고 액션도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감이 있었는데 마지막에 와서 역시나 장철은 장철이라는걸 상기하게 되었다
원래 장철 영화가 초중반은 좀 시시하더라도 라스트의 장렬함으로 모든걸 먹고 들어가는거였지 않나
[방세옥과 홍희관]에서 선보였던 붉은 화면에 이어서 [소림자제]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싸우다가 결정적인 치명타를 날리는 순간 갑자기 화면이 흑백으로 바뀌는 것이다
타란티노가 [킬빌]에서 인용했던 바로 그 수법이다
장철은 그런 방법들을 시도해본 이유를 '폭력의 수위를 낮추기 위해서'라고 했다고 한다
대만 영화계가 홍콩보다 폭력에 대한 규제가 더 심하기 때문이었을거다
타란티노도 MPAA의 심의때문에 [킬빌]의 액션 장면을 흑백으로 처리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재미있는것은 30년도 넘게 지나버린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그러한 처리가 영화의 폭력성을 더 증폭시킨다는 사실이다
지금 관객들이 보기에 70년대 쇼브러더스 영화의 폭력은 그다지 잔인해 보이지 않는다
물감인 티가 너무 뻔히 나는 피의 색깔부터 시작해서 전혀 진짜처럼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면이 흑백으로 바뀌고 나니까 상황이 훨씬 더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냥 배에다 빨간 물감으로 범벅을 했을 뿐인 화면이 흑백으로 변하고 나니까 훨씬더 그로테스크하고 자극적으로 변해버리는거다
호혜건의 장렬한 최후를 흑백으로 처리한 다음에 영화는 다시 칼라로 바뀐다
이제 방세옥이 죽음을 맞을 차례다
아마도 이 영화가 소림 전설상의 방세옥의 최후를 곧이곧대로 묘사한 첫번째 영화일것이다
이 영화 이후로도 방세옥의 죽음을 묘사한 영화는 [방세옥과 호혜건](바로 이 영화의 리메이크인) 한편 뿐이다
현대 관객들이 보기에는 소림 전설 속에서 그려진 무적 철인 방세옥의 유일한 약점과 그의 최후는 너무나 어이가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장철은 그걸 그대로 묘사해 버렸다
그것도 방세옥의 약점을 공격한 무기가 (원전에도 안나온) 긴 장검이다
그야말로 오해받기 딱 좋은 건수이지만 그부분에 대해서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소림자제]는 장철 소림사 전설의 본격적인 시작이 되는 만큼 다른 영화들과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다
전작에 해당하는 [방세옥과 홍희관]은 [소림자제] 중에서 홍희관 에피소드와 소림자제 에피소드의 사이에 끼워 넣을 수 있다
[소림오조]도 소림사가 불탄 후의 이야기니까 [소림자제]의 마지막 에피소드와 비슷한 시간대라고 할 수 있고 76년작 [소림사]도 방세옥 홍희관 호혜건이 동시기에 소림사에서 수학했다는 부분만 빼면 대충은 들어맞는다
유가량의 영화 [홍희관]도 약간 아귀가 안맞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소림자제]의 직접적인 속편이라고 볼 수 있는 내용이다(아귀가 틀어진 정도는 [스타워즈] 클래식 3부작과 프리퀄 3부작이 안들어맞는것에 비하면 약과다)
가장 흥미로운 관련작은 역시 직접적인 리메이크인 [방세옥과 호혜건]이다
[소림자제]의 이야기에서 홍희관을 빼버리고 리메이크 한거다
홍희관 관련 부분이 빠지면서 상영시간에 여유가 생긴 때문인지 이야기가 종잡을 수 없이 날아다니던 [소림자제]에 비하면 인과관계가 분명한 스토리가 펼쳐진다
(최소한 소림사 전설을 미리 예습하지 않아도 무슨 내용인지 알아먹을 수 있다)
애초에 [소림자제]에서 방세옥/호혜건 컴비와 홍희관을 무리하게 엮었던것이었으니 올바른 결정이었지 싶다


[소림자제]는 어디에 관점을 두고 보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는 영화다
어디서 장철에 대한 이야기만 대충 귀동냥으로 듣고 뭐 대단한걸 기대하고 봤다간 아마 틀림 없이 보고 나서 욕나올거다
스토리 전개나 등장인물의 성격묘사 쪽에 중점을 두고 본다면 아주 형편 없는 졸작이다
그렇지만 쿵후영화 보면서 그런쪽에 크게 기대를 가질 사람은 없을거고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싸움이 이어지는 논스톱 액션영화라는 점에서 무술액션 영화 팬이라면 일단 볼만한 가치는 있지 않을까...
워낙에 오래된 영화라 그 액션이 요즘 사람들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것이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그건 홍금보 성룡의 전성시대가 오기 이전의 거의 모든 무술영화에 다 해당되는 부분이다
그 시기의 무술영화를 굳이 찾아서 보는 사람이라면 그런것 정도는 알아서 감안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본격적인 소림사 영화의 시조라는 역사적 의의에 중점을 두고 볼 수도 있을거다
다른 소림사 영화들과 비교해보는것도 재미있을수 있겠다

by miniver | 2007/05/05 12:04 | 少林傳說 | 트랙백 | 덧글(0)

개설 기념

글 쓰기 테스트라고나 할까요....

by miniver | 2007/05/03 22:30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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